140년 전 그림 속 광대들이 깨어난다 전통연희단 잔치마당, 2026 창작판놀음 <개항장이 살아있다> 공연 기산 김준근의 풍속화와 인천 개항장, 오늘의 광대들이 만나는 시간여행 2026년 개항장 박물관에서 1871·1883·1907년으로…‘生·樂·恨’을 찾아 떠나는 창작판놀음 |
2026년 박물관에서 기산 김준근의 그림을 바라보는 순간 시간의 문이 열린다. 관객은 그림 속으로 들어가 1871년 제물포 장터와 1883년 제물포 개항장, 1907년 격변의 시대를 여행한다. 그리고 140여 년 전 기산의 화폭에 멈춰 있던 광대들은 오늘의 풍물·탈춤·살판·버나·검무·판굿으로 다시 살아난다.
인천문화예술회관과 전통연희단 잔치마당은 2026 지역대표예술단체 지원사업 ‘기산 김준근 시리즈 2’의 일환으로 창작판놀음 <개항장이 살아있다. 부제: 개항장 속으로 들어간 광대들>을 오는 10월 23일(금) 오후 7시 30분, 24일(토) 오후 3시와 7시 인천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선보인다.
이번 작품은 19세기 말 개항장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당시 조선 사람들의 생활과 풍속, 놀이와 연희를 화폭에 담은 풍속화가 기산 김준근의 작품에서 출발한다.
기산의 그림 속에 기록된 광대들의 놀음판을 140여 년 뒤 오늘날의 전통연희로 되살리고, 인천 개항장의 역사와 풍속화, 전통연희, 인천아리랑, AI 영상과 미디어아트를 결합해 과거와 현재, 그림과 현실을 넘나드는 판타지형 시간여행으로 풀어낸다.
인천개항장 박물관에서 시작되는 시간여행…그림 속 광대들이 움직인다
<개항장이 살아있다>의 가장 큰 특징은 공연이 과거가 아닌 2026년 현재의 인천개항장 박물관 ‘기산 특별전’에서 시작한다는 점이다.
전문 도슨트 ‘Julia’가 관객들에게 기산 김준근의 풍속화를 설명한다. 객석과 무대에 배치된 액자에는 기산의 그림이 미디어아트로 투사되고 공연장은 하나의 박물관 전시장으로 변한다.
도슨트가 그림 속 사람들의 웃음과 울음, 생활과 놀이를 설명하는 순간 정지돼 있던 그림 속 인물들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다. 장단이 들려오고, 마침내 그림 속 광대들이 화폭 밖으로 뛰쳐나와 두레농악 한판을 펼친다.
이때 기산 김준근이 등장한다.
기산은 도슨트에게 그림 속 인물들이 시간과 공간 속으로 흩어졌다며 ‘生·樂·恨’ 세 개의 그림 조각을 찾아 족자를 완성해야 다시 현재로 돌아갈 수 있다는 미션을 준다. 액자 속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고 미디어아트로 시간의 문이 열리면서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된다.
미디어아트는 단순한 무대 배경이 아니다. 2026년과 19세기, 박물관과 개항장, 풍속화와 실제 광대를 연결하는 ‘시간여행의 문’이 된다.
기산의 그림 속 광대들에게 다시 장단과 몸짓을 돌려주다
이번 작품의 제작은 하나의 질문에서 시작됐다.
“140년 전 기산 김준근이 그린 광대들의 놀음판이 오늘날 다시 살아난다면 어떤 모습일까?”
기산 김준근은 19세기 말 원산·부산·제물포 등 개항장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조선 사람들의 생업과 놀이, 혼례와 장례, 무속과 연희 등 다양한 생활상을 그림으로 기록했다. 특히 그의 풍속화에는 악기를 연주하고 춤추며 재주를 펼치는 광대와 전통연희의 모습도 중요한 소재로 등장한다.
잔치마당은 이 그림을 과거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정적인 기록으로만 바라보지 않았다.
그림 속에 멈춰 있는 광대들에게 다시 소리와 장단, 춤과 몸짓을 돌려주고 이를 오늘날의 살아 있는 전통연희와 연결하고자 했다.
이에 따라 기산의 화폭 속 광대들은 오늘날 잔치마당 광대들의 풍물과 탈춤, 살판, 버나, 죽방울, 검무, 북놀이, 판굿 등으로 되살아난다.
‘기록된 전통’을 ‘살아 있는 전통’으로 전환하는 것, 이것이 이번 작품의 핵심적인 창작 방향이다.
‘生’ 1871년 제물포 장터…팍팍한 삶에서도 놀이는 계속됐다
도슨트와 기산이 도착한 첫 번째 시간은 신민양요가 일어난 1871년 제물포 장터다.
주막과 보부상, 남사당패가 어우러진 장터에는 물건을 흥정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웃음, 술판과 놀이가 뒤섞인다. 광대들은 살판·버나·죽방울놀이를 펼치고 기산은 이들의 모습을 화폭에 담는다.
도슨트는 팍팍한 현실에서도 웃음과 놀이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첫 번째 그림 조각 ‘生’, 즉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발견한다.
그러나 신명도 잠시, 포탄 소리와 함께 신미양요의 혼란이 시작된다. 작품은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과 놀이 뒤편에 외세의 침략과 시대의 격변이 동시에 존재했음을 대비시킨다.
‘樂’ 1883년 제물포…세계와 만난 인천을 광대의 눈으로 바라보다
두 번째 시간여행은 인천제물포가 개항한 1883년 개항장이다.
뱃고동이 울리고 크고 작은 배들이 항구를 오간다. 장사꾼과 주모, 광대, 조선인과 외국인이 뒤섞인 개항장은 새로운 상품과 기술, 생활양식과 문화가 교차하는 공간이다.
그러나 <개항장이 살아있다>는 개항기의 정치·경제적 사건을 나열하지 않는다.
기산 김준근의 시선을 따라 “그 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고, 무엇을 보고 즐겼으며, 광대들은 어떻게 놀았는가”라는 생활문화의 관점에서 개항장을 바라본다. 거대한 역사 속에서 이름 없이 살아갔던 사람과 광대들을 무대의 중심에 세운다.
기산 김준근(金俊根, 생몰년 미상)은 19세기 말 원산·부산·제물포 등 개항장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외국인을 대상으로 조선의 생활과 풍속을 그려 판매한 대표적인 ‘개항장 수출 풍속화가’이다. 그의 작품에는 생업과 놀이를 비롯해 혼례·장례·무속·형벌 등 당시 조선인의 다양한 생활상이 생생하게 담겨 있으며, 악기를 연주하고 춤을 추며 각종 재주를 펼치는 광대와 전통연희의 모습도 중요한 소재로 등장한다.
현재 그의 작품은 약 1,500여 점이 유럽·미국·일본 등 국내외 20여 박물관에 소장된 것으로 조사되어 있다. 특히 1894년 독일 함부르크 민속박물관에서 김준근의 작품이 전시된 기록은 그의 풍속화가 일찍부터 해외에 전해져 조선의 생활과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시각적 기록으로 활용되었음을 보여준다.
이곳에서 작품의 또 다른 중요한 축인 기산 김준근과 독일 세창양행의 에두아르트 마이어이야기가 펼쳐진다.
기산의 풍속화와 마이어의 관계는 인천에서 만들어진 조선의 이미지가 세계로 확산되는 역사적 연결고리가 된다. 관련 풍속화는 독일로 건너갔고 1894년 함부르크에서 전시된 것으로 전하며, 현재 독일 로텐바움 세계문화예술박물관에도 기산 풍속화가 소장돼 있다.
공연은 이러한 역사적 관계를 바탕으로 기산과 마이어가 개항장에서 그림과 문화를 매개로 조우하는 장면을 예술적으로 재구성한다. 두 사람이 인천에서 직접 대면했다는 사실 자체가 사료로 확정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역사적 관계 위에 극적 상상력을 더한 장면이다.
이어 탈춤과 탈변검 등 광대들의 놀이가 펼쳐진다.
힘든 삶 속에서도 슬픔을 장단으로 풀고, 분노를 탈과 해학으로 승화시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바라본 도슨트는 두 번째 그림 조각 ‘樂’을 얻는다.
‘恨’ 1907년…격변의 역사와 저항을 만나다
세 번째 시간여행에서 대한제국 군대가 해산되는 1907년이다.
시간은 1907년 대한제국 군대해산과 저항의 역사로 이동한다. AI 영상으로 당시 격변의 시대가 펼쳐지고, 대한제국 군인들의 저항과 희생이 검무 등의 전통연희와 결합한다.
도슨트는 이 여행을 통해 우리 민족이 겪어야 했던 아픔과 저항의 역사를 마주하고 마지막 그림 조각 ‘恨’을 얻는다. 이로써 生·樂·恨 세 칸의 족자가 완성된다.
작품에서 ‘恨’은 단순한 슬픔이나 체념을 뜻하지 않는다.
고통을 견디고 다시 일어서게 하는 힘이며, 아픔을 노래와 춤, 장단과 연희로 승화시켜 온 민족의 생명력으로 확장된다.
生·樂·恨이 하나의 노래로…‘인천아리랑’의 탄생
세 개의 그림 조각이 완성되면서 작품은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간다.
가야금병창으로 <인천아리랑>을 울려 퍼진다.
작품 속 기산은 인천아리랑을 개항장으로 모여든 사람들의 타향살이와 노동의 고통, 시대의 아픔 속에서 탄생한 노래로 풀어낸다. 단순히 슬픈 노래가 아니라 슬픔을 딛고 다시 일어서려는 ‘저항과 생명의 노래’로 의미를 확장한다.
1871년에서 발견한 生, 1883년 개항장의 樂, 1907년 격변의 역사에서 만난 恨이 마침내 인천아리랑이라는 하나의 노래로 모인다.
그림이 무대가 되고, 역사가 거대한 놀음판이 된다
시간여행 속에서 기산이 붓을 움직이는 순간 그림 속에서 장단이 울린다.
정지돼 있던 광대들이 하나둘 움직이고 마침내 화폭 밖으로 뛰쳐나온다. 140년 전 그림 속 광대들이 2026년 잔치마당의 광대들로 되살아나는 순간이다.
풍물패의 힘찬 장단이 개항장을 깨우고, 탈광대의 익살과 해학이 흥을 돋운다. 북놀이의 역동적인 춤사위와 버나놀이가 신명을 더하고, 여성 광대의 화려하고 절도 있는 검무가 펼쳐진다.
개항장은 시대와 신분, 국경을 넘어 모두가 함께 어우러지는 거대한 놀음판으로 변한다. 과거의 광대와 오늘의 광대, 그림과 실제 공연, 19세기와 2026년의 경계가 무너진다.
“광대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림 속에서 오늘의 무대로 걸어 나왔을 뿐이다.”
이것이 〈개항장이 살아있다〉가 관객에게 전하고자 하는 중심 메시지다.
다시 2026년…그러나 그림은 더 이상 같은 그림이 아니다
生·樂·恨의 미션을 완수한 도슨트에게 기산은 다시 현재로 돌아가는 시간의 문을 열어준다.
기산이 붓으로 허공에 문을 그리는 순간 거꾸로 돌던 시계는 다시 앞으로 움직이고, 도슨트는 2026년 박물관으로 돌아온다.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온 듯하지만 도슨트의 손에는 시간여행의 흔적인 빛나는 붓이 남아 있다.
도슨트가 붓을 흔드는 순간 그림 속 광대들이 다시 한자리에 모여 거대한 판굿과 개인놀이를 펼친다. 마지막에는 전통 판굿과 밴드의 Rock 버전 <인천아리랑>이 어우러지며 과거와 현재, 전통과 현대가 하나 되는 피날레를 완성한다.
관객은 공연이 시작될 때 바라봤던 기산의 그림 앞에 다시 서게 된다.
그러나 그 그림은 더 이상 140년 전의 정지된 그림으로만 보이지 않는다. 그림 속에서 장단이 들리고 광대의 웃음과 몸짓이 떠오른다.
풍속화·역사·전통연희·AI·미디어아트가 만나다
<개항장이 살아있다>에서 전통연희는 단순한 볼거리나 삽입 공연이 아니라 극의 이야기를 움직이는 핵심 언어다.
두레농악을 비롯해 살판·버나·죽방울·탈춤·변검·검무·북놀이·가야금병창·판굿과 개인놀이가 각 시대의 역사와 결합한다. 여기에 라이브 밴드, 기산의 풍속화와 역사자료, AI 영상, 프로젝션 미디어아트를 더해 ‘그림 속으로 들어가는 시간여행’을 무대 위에 구현한다.
결국 이 작품은 과거를 박제해 보여주는 역사극이 아니라 그림으로 기록된 역사를 오늘의 몸과 장단으로 다시 살아 움직이게 하는 작품이다.
‘기산 김준근-인천 개항장-전통연희’를 인천의 문화자산으로
이번 공연은 잔치마당이 추진하는 ‘기산 김준근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다.
2025년 작품이 기산 김준근이라는 인물과 그의 풍속화를 중심으로 개항기의 삶을 무대화했다면, 2026년에는 그 세계관을 기산이 바라보았던 인천 개항장과 근대사의 시간 전체로 확장했다.
기산 김준근→풍속화→제물포 개항장→마이어→세계로 건너간 그림→生·樂·恨→인천아리랑→그림 속 광대→오늘의 잔치마당 광대로 이어지는 하나의 서사를 구축했다.
잔치마당은 이번 작품을 일회성 공연에 머물게 하지 않고 ‘기산 김준근-인천 개항장-전통연희’를 연결하는 인천형 공연예술 콘텐츠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향후 인천 개항장의 박물관과 역사문화공간, 문화관광 프로그램 등과 연계하고 국내외 공연장과 축제로 유통해 지속 가능한 인천의 공연예술 IP로 확장하는 것이 목표다.
전통연희단 잔치마당 서광일 대표는 “이 작품을 기획하면서 가장 먼저 떠올린 질문은 ‘140년 전 기산의 그림 속에 멈춰 있는 광대들에게 오늘의 장단과 몸짓을 돌려준다면 어떨까’였다”며 “기산의 그림을 과거의 기록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오늘의 광대들을 통해 다시 살아 움직이게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작품을 관통하는 生·樂·恨은 결국 우리 민족이 살아온 방식에 대한 이야기”라며 “어려움 속에서도 살아가고, 놀이와 해학으로 견디며, 아픔을 노래와 예술로 승화시킨 힘이 오늘의 우리에게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또 “인천의 개항 역사와 기산 김준근의 풍속화, 인천아리랑, 그리고 우리가 이어온 전통연희를 하나로 연결해 인천에서만 만들 수 있는 공연문화 자산을 남기는 것이 이번 작품의 중요한 목표”라며 “140여 년 전 기산의 그림이 바다를 건너 조선의 생활과 문화를 세계에 보여주었다면, 이제 그림 속 광대들이 살아 있는 K-전통연희가 되어 다시 세계와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작품에는 제작 서광일, 예술감독 김호석, 작·연출 전승우, 기획 신희숙, 무대감독 김인섭, 음악감독 김지원등이 참여하며, 최병진 외 30명의 출연진이 연극과 전통연희, 음악을 넘나드는 입체적인 무대를 선보인다.
공연은 10월 23일(금) 오후 7시 30분, 24일(토) 오후 3시와 7시 인천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열린다. 관람료는 전석 1만원이며 예술인패스·문화누리카드·복지카드(동반 1인)는 50% 할인된다. 예매는 엔티켓 1588-2341, 공연 문의는 전통연희단 잔치마당 032-501-1454로 하면 된다. 주최는 인천문화예술회관·전통연희단 잔치마당, 후원은 문화체육관광부·인천광역시·국악방송이다.
■ 공연 개요
구분 | 내용 |
공연명 | 2026 창작판놀음 〈개항장이 살아있다〉 |
부제 | 개항장 속으로 들어간 광대들 |
사업 | 2026 지역대표예술단체 지원사업 / 기산 김준근 시리즈 2 |
공연일시 | 2026. 10. 23.(금) 19:30 / 10. 24.(토) 15:00, 19:00 |